패션에 그리 열광할 필요가 있나요?1. "책"과 "옷" 그리고 "텍스트"와 "패션"
트랙백한 글에서 얘기하는 "종이 뭉태기" 혹은 "책" 그 자체는, 글쓴이가 말하는 "천쪼가리" 혹은 "옷"처럼 시간이 지나면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약간 다르게 얘기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고 보관이 어려우며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오래된 고서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i.e. 사해문서) 오래된 옷들이 출토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글이 남는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은 그 "텍스트" (한글로 잘 표현하고 싶지만 쉽지 않아, 비록 내키지 않지만 외래어를 사용한다)가 남는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직접 적은 책이 남는 것이 아닌, 그의 글이 시대를 초월해서 남는것이다. 옷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것을 "패션"이라고 한다. 한 시대의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는가, 그것 자체가 패션이 되고, 문화가 되어, 그 역시 시대를 초월하여 남게 되는 것이고, 인간사회, 역사의 한 부분과 사람들의 감성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한 시대의 패션은 기록되고 시대를 넘어 전해지며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쓰인다. 기록은 여러가지를 통해서 기록되어 전해지는데, 오래된 유물이 출토되어 직접 보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그림으로 그려져 전해지거나 글로 기록되어 전해진다.
"삼국지연의"만 보더라도, 당시 장수들이 어떠한 옷을 어떻게 입고 살았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희극들에서 등장인물의 옷에 대한 언급을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의복과 패션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종합되어, "문화"를 만든다.
패션은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며, 기록되어 시대를 초월하여 전해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아가고, 미래의 문화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역활은 한다. 패션에는 그러한 기능이 있다.
2. 글을 통해 나타나는 한 사람의 얄팍함.자고로 身言書判 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특히 블로그를 통해서 보이는 것은 書判 뿐이다. 그리고 書도 서예같은 글씨의 아름다움은 보지 못하고 그저 그가 쓴 글 자체만 보기에 어쩌면 그냥 判만 볼 수 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사람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쩌면 判일지 모르며, 그 사람이 읽는 책보다, 그 사람이 입는 옷보다는, 그 사람이 적은 글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요소일 것이다.
"제발 옷가지고 사람 비평하지 말"라고 하면서, "몸무게가 세자리 넘어가는데 탱크탑에 핫팬츠는" 비평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옷이 자신의 전부를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양들의 침묵"을 "종이 뭉태기"'라고 얘기한 사람은 교양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글에서 보이는 "당신들"이 자신의 패션을 폄하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패션을 좋아하는 패션밸리를 읽는 블로그들인지 명확히 하지도 않은 채, 패션밸리에 글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패션을 폄하한 사람들은 자신들끼리의 이야기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와 똑같은 짓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오래남는 글로 적어 올린다는 것은 그 사람이 들은 것과 같거나, 더 못난 짓이다. 거기다가 그 사람은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패션센스가 나쁘다는 말을 여러번이나 들었다면, 身, 즉 겉모습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 하겠다.
3. 옷입기의 중요성
자고로 身言書判 이라고 했다. 身이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가장 먼저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멋진 놈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
물론 멋지고 알찬 부분은 겉모습보다는 나의 내면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겉모습이 멋지다면, 아름답다면, 문제는 훨씬 간단해진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나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겉모습이 멋지다면, 멋지게 가꿀 수 있다면, 이것을 굉장히 쉽게 효율적으로 나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키나 몸무게 등은 바꿀 수 없기도 하고 바꾸기 힘들기도 하다. 얼굴도 마찬가지.
하지만 패션은 쉽다.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한준